BTS, 그래미 수상 불발…상 보수성·장르 편중 논란 재점화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어워즈 도전이 아쉽게 수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후보에 올랐으나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 밀렸다. 하지만 BTS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K팝과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겼다는 평가다.

후보지명 자체가 성과…내년이 더 기대

BTS가 올해 수상을 도전했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경쟁자들부터 쟁쟁했다.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 세계 최정상급 팝스타들의 컬래버레이션 곡이 경쟁 상대였다. 이 중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가 상을 받았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도 대중성은 물론 음악적 성취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밝은 분위의 디스코로 코로나19시대로 집단 우울에 빠진 대중들을 위로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인 레코딩 아카데미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수상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대체로 미국 주류 음악계의 보수적인 시각을 반영하며, 보이그룹에 다소 인색한 경향이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백스트리트 보이즈(2019)와 조나스 브라더스(2020) 등 영미권 출신 유명 보이그룹들도 수상에 실패한 바 있다.

다만 BTS와 K팝의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앞으로 그래미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미는 BTS의 위상이 커질 때마다 그래미 시상식에 BTS 참여 지분을 높였-다. 2019년에는 '베스트 R&B 부문' 시상자로 초청했고, 지난해에는 합동 공연 출연자로 무대에 세웠다. 올해는 후보 지명과 더불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에서 단독 무대도 펼쳤다.

'화이트 그래미' 논란도 재점화

일각에서는 비(非)백인에 좀처럼 상을 주지 않는 그래미 시상식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이며 모든 음악인들의 꿈이지만, 흑인음악과 댄스음악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이 반복돼왔다. 백인만 우대한다는 뜻에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도 생겨났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캐나다의 얼터너티브 R&B 아티스트 ‘더 위켄드’가 노미네이트되지 못한 점이 비판을 받았다. 더 위켄드는 빌보드 핫100에 52주 이상 자신의 곡을 올리는 등 초장기 기록을 세우고, 각종 스트리밍과 라디오 기록들을 전부 갈아 치우는 등 활약을 이어왔다. 평단에서도 "21세기형 R&B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더 위켄드는 본상은 물론 장르상에서도 단 한 곳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음악계 일각에서는 더 위켄드가 그래미 시상식 일주일 뒤에 열리는 슈퍼볼 축하 무대에 서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미는 더 위켄드가 슈퍼몰 무대에 서지 않고 그래미에만 출연하기를 원했는데, 가수가 이를 거부하자 상을 주지 않는 식으로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